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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유라시아 여행기 007 - 죽음의 도보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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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 10 / 16. 대한민국 인천
2009 / 10 / 17. 프랑스 파리
2009 / 10 / 21. 프랑스 이파네
2009 / 10 / 23. 프랑스 clalons en champagne
2009 / 10 / 26. 프랑스 gare de bar le duc
2009 / 10 / 26. 프랑스 commercy
2009 / 10 / 27. 프랑스 toul





드디어 본래 최초 40일 정도의 목적이었으나 데니스의 발표회와 아내의 몸살로 본의아니에 20일로 줄어든 도보여행 시작.

이번 편은 이미지가 78장에 동영상도 세개.
엄청 깁니다.
찬찬히 읽어주세요!

요번 편에는 동영상도 올라가유...
혹시라도 궁금하신 분들은 기대해 주시고 사운드가 나올지 모르니 사무실이시라면 소리 주의!

그럼 시작합니다. 영차!




2009년 10월 26일. 여행 11일째.

긴병에 효자없다.
못된 속담이지만 다소 짜증이 난다.
아픈 아내야 오죽하겠냐마는 도보여행 계획이 차일피일미뤄 지니 부아가 치미는 것이다.

결전의 날이 밝았지만 아내는 물갈이 증세가 전혀 호전되지 않아 이젠 눈까지 토기눈이 되어 있다.
사실 물갈이는 나도 경험해 본 바 가려움과 아픔과 매스꺼움이 동반되는 매우 귀찮은 증세이다.
결전의 날이 밝았음에도 우린 다시 기차를 타고 clalons en champagne를 떠난다.




지도를 보고 대충 하루 이동거리인 commercy로 이동하기로 결정.
사실 처음 여행 준비용품 계획에 기타도 있었지만 그때는 배낭 무게에 눌려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이젠 끄는 가방이 하나 생겼으니 슬슬 기타에 눈이 돌아가기 시작.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commercy로 가는 기차는 한번 갈아타야 하는 기차였다.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라 아내와 나는 어리둥절..
다음 기차까지 네시간이 남았다.
오늘은 뭐 되는 일이 없다.;;




기왕 이렇게 된 거 gare de bar le duc라는 동네 구경도 좋겠다 싶어 익숙하게 관광정보센터로 고고...
그 곳에 가면 모든게 해결된다.




시골이라 그런지 친절하기가 어느 곳과 비할데 없다.
마침 무슨 행사가 진행중이었는데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오너들 모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말로 옮기자면 '마을상가 번영회 월례회'정도 되겠지.

슬쩍 보니 책상에 먹을 것들이 있다. 
이제는 넉살도 제법 늘은지라 마실것 있으면 좀 달라고 부탁한다.




커피 두잔과 마카롱(프랑스과자) 한접시를 내 주신다.
아내가 파리에서부터 맨날 마카롱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동네에서 만든 수제 마카롱 실컷 집어먹고 조그만걸로 한주먹 집어오기까지...
넉살 좋은 남편 만난 복이라 생각하시오!




마을은 시골마을 답게 고즈넉하다.
오래된 다리와 오래된 건물들.
인심 좋아 보이는 사람들.




어디나 시골은 좋다.
다리 중간에 놓여 있는 성모마리아?




언덕배기까지 올라가 볼까 했으나 포기하고 중턱까지 올라가 본다.




창문들 색깔이 모두 예쁘다.
예쁘기만 할 뿐 방음도 난방도 최악..^^




오래된 뒷담과 흰 고양이.




네시간 동안 마을 구경 하니 거의 마을 두바퀴 정도돌 시간이다.
아마도 우리가 갈 commercy는 더 좋은 마을이겠지.




라는 기대와 함께 도착한 commercy.
관광정보센타 가이드는 이 두 동양인이 왜 이 작은 마을까지 왔는지 의아한 눈초리였고 이 마을엔 호텔이 하나밖에 없으며 1박에 66유로라는 날벽락같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심지어 호텔로 이동하는 중간에 만난 마을 노인에게 저녁인사를 드리니 이리 와보라는 손짓을 하신다.
그리고는 담배하나 내놓으라고....
이런 망할 동네 같으니라구!




다음날 아침엔 무조건 도보여행을 시작할 참이었으므로 전날 저녁때 이것저것 먹을거리도 사 놓고 준비도 할 요량이었는데
큰 슈퍼는 커녕 딸랑 숙소 옆에 타박이 하나 있다.
물한병에 2유로라는 말에 우리는 딸랑 달걀 여섯개만 엄청 비싼 돈을 지불하고 빠져나왔다.



2009년 10월 27일. 여행 12일째. 도보여행 시작.

아침 여덟시.
전날 저녁때 달걀 두개 먹고 다음날 아침 남은 빵 약간과 달걀 한개씩 먹고 비상 식량으로 달걀 두개를 챙긴 뒤 물도 없이 우리는 빌어먹게 비싸면서 엄청 형편없는 숙소를 빠져나와
걷기 시작했다.
그래선 안된다는 것을 이 때는 잘 모르고 있었던거다. 




형편없이 막되먹은 동네같으니라구...
아직까지 아내는 물갈이 증세로 몸이 좋지 않았지만 처음 내딛는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다.
나만 그런가? 




"걷다 보면 상점이 나올거고 그 곳에서 물도 사고 쵸코바와 사과도 사줄께"
아내에게 희망을 복돋아 주며 씩씩하게 걸어가는 배려심 없는 남편.




원래 모든 일이 그렇다.
애초 계획과 결과는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이 말이다.
무식하게도 나는 첫날부터 35Km에 이르는 이동거리(commercy에서 toul까지)를 계획했고(사실 중간에 마을다운 마을이 없었다.) 더 무식한 사실은 그 이동 경로를 전날 인터넷으로 접속한 구글어스 지도를 단지 머릿속에 넣고 출발했다는 거다.
그런 자신감은 당췌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나도 자신이 가끔 신기할 때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오로지 철없는 남편만 굳게 의지한 채 아직 흐르는 콧물을 손수건으로 막아가며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이리로 쭉 가면 고속도로 옆길이 나오는데 그 길로 쭉 세시간 정도 따라가다 보면 두번째 마을인 pagny sur meuse라는 마을이 나온다네. 첫번째 마을에서 물을 사고 두번째 마을에서 점심을 먹도록 하자!"
"오우! 오빠 준비 많이 했는데! 대단해!"
심지어 아내는 나를 칭찬해 주기까지...;;

그래서 만난 길이 이 길이다.
이 무슨 안개낀 장충단 컨츄리로드란 말인가 !?
  



안개는 정말 너무한다 할 정도로 많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는 1km거리를 장장 5km로 늘려 버리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제길...
도보로 4km는 한시간 거리이다.
게다가 난 엄청나게 무거운 짐을 메고 끌고 이동했단 말이다.(니가 뭘 잘했다고 하소연이냐!!!!!)




망할놈의 안개는 열한시가 다 되어서야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요때까지만 해도 나를 철썩같이 믿고 있던 아내와 사진놀이 중.




우리 부부는 둘다 충청도 출신이다.
심심해서 휴식시간에 만담놀이를 해 보았다.








도대체 주변에 집도 절도 없는데 홀연히 안개를 뚫고 나타나신 두 분.
니들이 돌아온건 사실이지만 이 길이 가는 길이 맞다고 확인해 주심.
저 무서운 개...





개가 나를 잡아먹으려 했다.
도통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던 우리를 아내가 친절히 촬영해 주었다.
잘한다!
 





거봐 내말이 맞지?
내가 동물적 본능이 있다니깐! 음하하하!
여기서 부터는 큰길만 따라가면 되니 누워서 떡먹기라고 할 수 있다네!

이 때까지 길을 돌아온 사실을 몰랐다..ㅜ,.ㅜ
다음날 구글어스에서 확인해 보고 실신....




때마침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이 길이 첫번째 마을로 가는 길이 맞는지 확인한 후 룰루랄라 500여미터쯤 나아가니....




윽...
안개속으로 자동차 전용 도로가 나온다.
얼핏 보니 노견도 없고 안개는 끼어 있는데다 차들은 대략 시속 500km정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낭패다...




라고 생각한 순간 뒤에서 차소리가 들린다.
오늘 우리가 만난 첫번째 구세주!
아까 길을 여쭤봤던 아저씨가 차에 타라는 손짓을 하신다.
대략 7km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걸어서 이동했다면 아마 이 여행기를 쓰지 못했을 것이다.
아저씨는 우리가 걱정되어서 가던길을 일부러 되돌아 와 우리를 마을까지 태워주시고 다시 돌아가셨다.
으...
역시 이게 도보여행의 맛이려나!
아내도 힘든 와중에 살짝 감동한 기색이다.
이 때 처음으로 선물을 사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선물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여행 준비 기간이 너무 촉박했고 마지막에 미처 준비를 못했던 거다.
변명이다..ㅜ,.ㅜ
아저씨게 백번쯤 절을 드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차가 사라질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요녀석(아저씨의 개)가 날 물어 뜯어 먹으로 한 것만 빼면....




첫번째 마을이다.....
후우....
수퍼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없게 생겼다.
이미 시간은 열한시가 다 되었는데.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더 한심한 상황.
사람은 물로 개미의 자녀들도 없다.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엊저녁부터 먹은 거라곤 각각 계란 두개씩 밖에 없는데 세시간동안 걸으면서 물도 못 마시는 상황이라니...




가급적 내 눈과 아내의 눈을 회피 및 신속히 통과모드로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데 머리서 꼬마가 자전거를 타고 내려온다.
오늘 만난 두번째 구세주!
이름은 제이선!
나이는 아홉살! 




종이에 적어온 pagny sur meuse이라는 마을을 아느냐니까 잘 알고 있단다.
"오..아저씨는 어디서 오신 분이시길게 pagny sur meuse에 가시는거죠?
그 곳은 이곳에서 대략 8km쯤 떨어진 마을이랍니다.
이길로 쭉 가셔서 왼쪽으로 꺾은다음 마을이 보일때까지 직진하세요!"
물론 프랑스어로 대략 이렇게 설명해 준 것이라 추측해 본다.
8km면 두시간 거린데....
다시 아내눈 회피 모드로 전환.

길을 알려 준 제이선은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자기 갈 길을 간....

줄 알았으나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다.
"왼쪽으로 가세요"
손짓으로 말해준다.
"그래. 알았어. 고마워 제이선"




그리고 우리는 함께 걸었다.
제이선은 8km거리를 안내해 줄 생각이었던 거다.
이 어린 녀석이 어디서 이런 친절을 배웠을까? 




"제이선! 이제부터는 우리가 갈 테니까 넌 돌아가도 되. 우리 때문에 먼길을 갔다가 돌아오려면 무지 심심할거야."
"아니에요. 사실은 pagny sur meuse에 우리 할머니가 사시는데요. 마침 그 곳에 가서 점심을 먹을까 하고 있었어요. 집에 아무도 없거든요"  




"그래? 부모님은 오늘 안계시니?"
"네. 엄마 아빠는 이혼했구요. 아빠는 낭시에 계시고 전 아까 그 동네에서 엄마와 살아요"
"아 그래.... 미안하구나"
"괜찮아요"




제이선은 의외로 영어를 잘 했다.
녀석때문에 돌투성이 길을 무거운 짐을 끌고 이동해야 했지만 지름길을 알고 있는 제이선에게 말동무가 되어준 나 덕에 제이선도 할머니 댁에 가는길이 쓸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이선에게 미안해서 빠른 걸음으로 돌길을 걷는데 제이선이 자꾸 시계를 본다.
열두시다.
벌써 한시간을 나는 가방을 끌고 제이선은 자전거를 끌고 비포장 시골길을 걸어왔다.
등에 땀이 가득 찬다.
아내는 자꾸 뒤로 쳐진다.

"제이선. 이제 정말 너 먼저 가. 그리고 오후에 pagny sur meuse에서 만나자"
"네. 이제부터는 무조건 직진만 하시면 되요. 한시간 정도면 도착하실 수 있을거에요"
"어 그래. 안녕. 메르씨"
"네"
바람처럼 달려가는 제이선.
흙묻은 옷과 낡디 낡은 청바지를 입고도 너무나 환하게 웃어주던 서른 아홉살 나보다 더 멋진 아홉살 제이선.
뒷모습을 보니 가슴이 살짝 뭉클하다.

오전에 벌써 길에서 두명의 천사를 만난 느낌이다.




제이선을 보내고 우리는 길가에 누워버렸다.
배고픔은 극에 달했고 목마름도 극에 달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무조건 pagny sur meuse까지 가야했다.
나의 무모함이 우리 두 사람을 노숙자로 만들고 말았다.




하늘이 뱅글뱅글 돈다.
물은 없지만 달걀 하나씩 까 먹는다.




자. 힘내자.
저 언덕만 넘으면 마을이 보일거야...
오늘 최고로 맛나는 점심을 먹자!
아내를 독려해 보지만 왠지 목소리에 확신이 없다.




언덕을 넘으니 드디어 마을이 보이긴 보이는데....



지평선 끝이다.
산아래 붙어 있는 마을이 pagny sur meuse!

아내의 고개가 오토메틱으로 떨구어진다.
그래도 나 힘들다고 10분에 1분씩 아내가 가방을 끌어준다.
무모한데다가 못되기까지한 남편이다.쿨럭!




이봐!! 당신 지금 에펠탑 옆을 걷고 있네..아하하하!



개무시 당했다.
농담할 상황이 아닌거다.




그리고 발견한 오늘의 구세주시리즈 3탄.
도로옆 기사식당.
우리는 여기서 그 동안 태어나서 먹었던 모든 음식보다 맛나는 점심을 먹었고 "멋지다 4인방 아저씨"를 만나게 되는데...
정말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아저씨들 사진 찍을 경황도 없었다.
나중에 우리끼리 한 얘기지만 "프랑스에 다시 돌아온다면 이 식당에 꼭 오자"라고 두손잡고 약속한 식당.




메뉴판는 오로지 "점심" 한 가지인 우리나라로 치면 기사식당정도 되는 아주 작은 외떨어진 식당.




우리 부부는 둘 다 음식양이 많지 않다.
특히 아내는 보통사람의 절반양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곳에서 우리가 먹은 내용을 보자면.....




커다란 대형 바게뜨빵 1.5개.
셀러드바 세번 왕복.
사과 다섯개.
오렌지 세개.
치즈 큰거 한덩어리.
그리고 유일하게 남겼던 냄새가 지독했던 순대 비스므리한 음식.
거칠지만 쌀밥 대자 한그릇.
커피 대자 두잔.

이걸로 끝이 아니다.




"멋지다 4인방 아저씨" - 식당에 계시던 네분의 아저씨- 분들이 촌구석까지 놀러온 동양인 부부가 신기했는지 한분씩 돌아가며 첫번째 아저씨(사진속 할아버지로 사장님으로 추측)는 호두 한통을 들고 오시더니 갑자기 옷걸이에 걸려 있던 가죽조끼를 내려 입고는 한손으로 호두 두개를 으깨서 먹는 시늉을 하시며 시범을 보이셨다.
그러시고는 나에게도 해보라 하시는데 뭐 사실 나도 검도 유단자로서 팔힘은 자신있는지라 가볍게 으깨어 보여주니 "와우"하시며 재미있게 오버하신다.

어린아이처럼 호두 한개도 으깰 수 있는지 물어보신다.
요건 쉽지 않네...
아저씨 껄껄 웃으시더니 "윽"하고 힘을 주자 호두가 깨진다.
그제서야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밖으로 나간다.
사실 나 역시 한개도 깰 수 있다.^^ 
두 번째 아저씨는 담배를 한개 주시며 "이 곳은 시골이라 실내에서 담배펴도 된다네.. 편하게 피우도록 해"하며 불을 붙여 주신다.
호두 먹어야 하는데....^^




세번째 아저씨..(옆에 치즈통이 보인다. 어렸을때 어머니가 반찬에 파리 끓지 말라고 덮어 놓는 그 뭐시기 같은... 암튼 정겨운 물건이다.)
와인병을 들고 오시더니 마셔보라며 두 잔을 딸 주신다.
달큼한게 피로회복제가 따로 없구나....




네번째 아저씨는 우리 부부가 가장 맘에 들어 하는 아저씨였는데 설겆이 하러 들어가셨다.
이 네분의 정체는 아직까지 연구중이다.




그리고 지불한 음식값은 단돈 16유로...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식당이다.
혹시라도 이 길을 지나실 일 있으신 분들은 이 정겨운 식당에 꼭 들러보세요!




밥을 먹고 나서야 우리가 오전에 그토록 힘든 이유를 알았다.
빈속에 그 무리를 했으니 몸이 성할리 만무하다.
여유있게 한시간 반동안 점심을 마친 후 우리 부부는 아침보다 컨디션이 오히려 더 좋아졌으며 발걸음은 날아갈 듯 하다.
목적지 toul까지 18km 시간이 두시경이라 간당간당하다.
여섯시 전에 도착해야 관광정보센터에 방문해서 호텔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암튼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




가방을 고를때 가장 고려한 사항이 바퀴이다.
그 덕에 보통 가방은 열개쯤 부서졌을 이 돌길을 기특하게도 잘 버텨주고 있다.
물론 포장도로에서 끄는 것보다 두배쯤 힘이 드는 것은 당연.




pagny sur meuse가 보인다.
점심을 먹고 나니 거의날듯이 걷는다.
아내는 그제서야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경치를 볼 줄 알았으면 진작에 도보여행을 할 걸... 하고 미안한 기색을 비춘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네..^^




하늘도 좋고 바람도 좋다.
길에서 발을 딛고 만나는 것들이 모두가 감사할 것들 뿐이다. 




다정한 척 설정샷.




드디어 애초 점심을 먹기로 계획했던 pagny sur meuse에 도착이다.
제이선을 만날 수 있을까?




조용한 시골마을 pagny sur meuse.
제이선의 할머니가 사시는 마을이라 더 정겨운 곳.




예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곳. 프랑스




어! 제이선이다..

너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외쳤다.
"제이선!!!!"

제이선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엄마가 기다리셔서 네시까지 가야해요"
하지만 우리는 음료수라도 한개 사서 들려보내지 않고는 보낼 수 없었다.
타박으로 끌고 가 음료수를 먹자고 했더니 가장 싼 1.2유로짜리 환타를 집어 드는 제이선... 
그리고는 음료수를 들고 또 눈인사를 한번 하더니 활짝 웃어주며 바람처럼 달려간다.
저 속깊고 이쁜 녀석을 낭시에 있는 아빠는 얼마나 보고 싶어 할까...
제이선...
프랑스에 와서 처음으로 우리에게 배려를 알게 해 준 이름을 아는 첫 친구...
아마 우리 부부는 널 평생 기억할거야...




pagny sur meuse를 벗어나 이제는 pagny sur meuse과 최종 목적지인 poul의 중간 마을인 foug까지 이동한다.
플랑스 국도들이 대부분 노견이 없다.
때문에 자주는 아니지만 차들이 오면 이렇게 길 한켠으로 비켜주어야 한다.
도보여행의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기찻길도 지나고...




네시가 넘어가니 발바닥에서 불이난다.
무게획한 도보여행의 선물이다.
경계석에 발바닥 마사지중.




죽음의 오르막길.
20kg 가까운 가방을 끌고 헉헉대며 올라간다.
오르막길을 만나면 죽을 맛이지만 정말 신기한 건 힘들 때 "오르막길 내리막길-이수근이 부른 투로 불러야 함-"을 한 번 최대한 바보처럼 부르면 다시 힘이 보충되는 느낌이다.




내리막길은 신이 내린 축복.




중간에 작은 만난 작은 마을.




프랑스에 와서 가장 부러운 한가지는 아무리 작은 마을에 가도 항상 청년들과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




"어르신 이 길로 가면 foug 가는 길 맞지요?"
"그렇다네. 젊은(?)이. 아마 한시간 정도 걸릴거야. 요즘 젊은 사람들 답지않게 아내와 함께 도보 여행을 하고 있구만...앞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겠어...."
할머니는 분명한 프랑스어로 위와 같이 말씀하셨....




오후 네시....
아내는 이제 걸을 힘이 없어 보인다.
물갈이 증세만 아니면 나보다 잘 걷는 아내인데.
"조금만 힘을 내서 foug까지만 가자. 어차피 poul에 여섯시까지 들어가는 것은 무리일 듯 하니 오늘은 foug에서 자고 내일 다시 이동하자"
마지막 힘을 내는 아내..


사실 내 맘도 짠하다.
그래도 난 무거운 짐가방까지 끌고 있지 않니....ㅜ,.ㅜ




foug에 도착해서야 그 곳이 산중간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론은?
계속 오르막이라는 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저씨가 부럽다.
아내는 자전거를 못 탄다.
가르쳐 주다 실패했다;;;;;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대신 경치가 좋지 않소?




다섯 조금 못 미친 시간.
드디어 산정상 foug에 도착!
"이봐! 드디어 foug야!"
"더군다나 우리 둘 무게를 합쳐도 3.5톤에 못 미치니 분명 대단히 환영받을 거라구...."
아내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0.1그람의 미소를 억지로 짜냈다. 흐르는 콧물을 주체 못해 양쪽 코에 아예 휴지를 박아 놓은 채.
피식!




정상에서 바라 본 foug.
음 생각보다 큰 마을인데...
이제 관광정보센터만 찾아 가서 최고의 호텔을 안내 받은 뒤 뜨거운 샤워를 하면 모든 일은 해결될 터였.........




익숙하게 약국으로 들어가 관광정보센터 위치를 물었으나 약사 왈.
"젊은(?)이. 우리 마을엔 관광정보센터가 없다네. 더불어 호텔도 없지. 몇가지 정보를 더 말해주자면 버스는 하루에 두대가 다니는데 마지막 버스가 네시에 떠나버렸고 가장 가까운 관광정보센타는 toul가야 만날 수 있다네"
"택시를 타는 방법이 있는데 택시비는 매우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다네. 택시를 불러줄까?"

나는 조용히 그리고 최대한 냉철하게 대답했다.



"닥치세요!"



이미 시간은 다섯시 반에 가가와 지고 있었고 썸머타임도 끝나 해가 일찍 지는 이 우라질 산골마을 foug의 오래된 마지막 햇살을 아껴 받고 있었다.




처음 마을에 왔을 때 예뻐 보였던 이 망할놈의 허수아비 인형들조차 흉물스럽기 그지없다.
아내는 안구의 콘트롤을 포기했고 난 마지막 안구회피 작전으로 배수진을 펼쳤으나 허리까지 차오른 강물은 차갑기 서울역앞에 그지없다.

"사령관님! 투항하고 택시를 타시죠!"
이성을 담당하는 좌뇌가 부르짖었다.
"안됩니다. 기껏 택시나 타려고 이 곳까지 죽을 힘을 내서 온게 아니잖습니까. 제이선과 "멋지다 4인방"아저씨를 생각하세요!!"
우뇌의 간청이었다.




난 히치하이크를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쪽지에 toul이라고 적은 뒤 지나는 차들이 지날 때마다 미친 듯 손을 흔들었다.
열대가 지나도록 서는 차는 없었고 열한대쯤 한대가 선다.
쪽지를 들이미니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이 곳은 동네 안이라 toul에 가는 차를 잡기 힘들거예요. 마을 밖까지 나가서 차를 잡아보세요."
가로 말씀하시곤 미안한 표정으로 돌아가신다.

나는 마지막 힘을 아내에게 요청했다.
"마을밖까지 이동하면서 계속 차를 잡아보자. 차만 잡으면 여섯시 전에 toul 관광정보센터에 갈 수 있을거야" 
아내는 대답할 기력도 없는지 말없이 날 따라온다.
그리고 그 후 대략 열대쯤 더 차를 지나 보낸 후 만난 오늘의 구세주 시리즈 완결편!
서른 다섯 애아버지 "세비스티앙"




그의 차를 얻어타고 우리는 오래된 성곽으로 둘러 싸인 도시 toul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고 친절한 세바스티앙은 일부러 관광정보센터 앞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선물을 사오지 않았음을 머리 쥐어 뜯으며 후회한 두번째 순간이다.




멋지다! 세바스티앙!




모든 여행객의 구세주 잊지 마세요 "관광정보센터"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이 날의 고행이 이 쯤에서 끝났으면 좋겠다.
관광정보센터에서 세 곳의 호텔을 추천받은 뒤 우리는 두말할 것도 없이 가장 가까운 마을 중심 호텔로 이동했는데...
만실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다 왔다고 생각되는 순간 사람은 모든 힘을 놓는다는 것을....
정말 죽을 힘으로 다음 호텔로 20분간 짐을 끌고 이동하는데 우리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정신력 12%정도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날은 지고 기어서 도착한 두번째 호텔...


"만실입니다."


"대신 확실히 방이 있는 호텔이 있는데 마을 중심 분수대에 위치한 호텔이죠."

거긴 아까 우리가 왔던 장소거든요...
"명함하고 당신 이름을 알려주세요"




이를 박박 갈면서 우리는 다시 마을 중심 분수대로 돌아왔고 시체처럼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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