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0 유라시아 여행기 009 - nancy에서 luneville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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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시에서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고 체력을 보충한 우리는  10월 31일, runeville을 향하여 출발한다.

이 때까지도 나는 걷기 여행에 대한 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었으며-물론 아직까지 해메는 중이다;;- 그로 인해 아내는 점점 폐인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 역시 나는 총 26km(구글에서 측정한 직선거리로 실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 정도의 거리를 계획하고 있었고 그래선 절대절대 안 되었다는 것을 오후 늦게 되어서야 또 깨닫게 된다.

독일에 있는 오늘에서야 하루 이동거리는 직선거리로 12~16km 정도가 적당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단순히 이동거리 이외에 갑작스런 돌발사항이 백만가지 정도 발생한다는 사실도...


2009.10.31

어제 낭시 악기점을 전부 뒤져 발견한 아이템!
바로 스폰지밥기타!
어린이용이지만 제법 음이 잘 맞았고 무게도 매우 가벼운데가 가방에 걸면 이동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데니스 발표회때 부를 노래를 미리 연습하고 코드도 따 놓을 요량으로 싸게 하나 구입!

오늘의 이동경로
nancy - st. nicolas de port - dombasle sur meurthe(비상사태시 이 곳에서 1박) - hudiviller - luneville

제법 이제는 비상사태에 대한 차선책도 마련한 뒤 길을 나선다.
매우 준비성이 철저한 남편이다.





오늘도 역시 안개가 쫘악 깔렸다.
아침 기온은 안개 때문에 더 차갑게 느껴지고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 모자와 가방이 축축하게 젖는다.
낭시로 걸어 오던 날 무참히 부서져 우리를 당황하게 했던 가방 양옆을 칼로 터서 끈으로 교차시킨 후 가방에 매달았다.
그리고 손잡이로 쓸 나무 제작 중.
저 모자 쓴 남자는 절대 땅그지가 아님을 밝힌다.

없으면 없는대로 고쳐서 쓰면 된다.




그런데 이게 기대 이상이다.
지금까지 끌어오던 방식보다 한결 수월하고 무게 중심도 가운데 있어 몸이 틀어져서 걷지 않아도 된다.
오호라...




참고로 이 날 내 카메라 배터리를 가방에 깊숙히 넣고 빈 카메라를 들고 나와서 모든 사진이 아내가 찍은 사진이다.
해서 사진양이 별로 많지 않으며 시선이 다소 단조롭다.

낭시를 벗어나서 두시간쯤 지나자 공장지대가 나타난다.
이런 곳을 지날때면 공기도 좋지 않을 뿐더러 산길이나 시골길을 걸을 때 보다 힘이 두배로 든다.
음악을 크게 틀어 기분전환을 해 본다.




그리고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으니...
드디어 염려하던 바퀴의 바깥 고무부분이 터져버린 것.
아예 바퀴가 돌지 않을때까지 끌다가 결국 한쪽 고무를 잘라내기로...

뭐 그래도 그럭저럭 굴러간다.
소리가 다소 시끄럽지만 외곽지역이라 크게 신경 쓰일 일도 아니다.




지나가는 사람도 하나 없고 버스 노선표를 보며 잘 가고 있나 확인 중.
이젠 갈 수록 기술이 늘어서 지지대로 쓰고 있는 나뭇가지를 허리춤에 끼고 두 팔이 자유롭게 걷는다.
다만 나머지 한쪽 바퀴가 조금 염려될 뿐.




드디어 공장지대를 벗어난다.
말을 키우는 집인가?
나도 말 키우는게 소원인데^^
아직까진 기분이 좋냐??




드디어 첫번째 마을로 진입.




st. nicolas de port다.
언제나 오전은 대체로 무난하게 이동된다.
물론 체력도 팔팔한 상태이므로 둘 다 농담을 나누며 먹고 싶은 것 얘기도 하고..
참고로 이 때부터 우리는 먹고 싶은 음식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청주 남주동 선지해장국, 시래기된장국, 묵은지김치찌개 등...쩝쩝..
아마 아시아 지역으로 가면 음식 고민이 싹 가실 것이라며 아내를 위로해 준다.




한국에서 나온지 보름이 되어가니 한국 관련된 모든 것이 반갑다.
참고로 걸어가며 가장 많이 보이는 한국차는 마티즈.




대략 열두시 조금 넘은 시각.
점심을 먹기로 계획한 두번째 마을로 입성.
엄청나게 큰 성당이 보인다.




아마도 공장지대에 위치한 마을이라 그런지 다소 쓸슬하고 때가 많이 타 보인다.
특히 마을 뒤편에서 올라오는 공장 매연이 매우 보기 좋지 않다.




우리 부부는 패스트푸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해서 보름동안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에 가지 않았으며 이 곳 어디에나 가면 있는 캐밥집에도 거의 가지 않았다.
사실 2~3유로만 더 투자하면 직접 요리한 따끈하고 정성스런 음식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도보 여행 다니며 저 정도 투자를 아껴선 안된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
동네의 모든 상점과 식당이 문을 닫아 할 수 없이 캐밥집으로 입장.
프랑스 와서 느낀 점이지만 어느 곳이나 음식 양이 엄청나다.
음료수 포함 약 12유로쯤...




캐밥집 주인 내외가 얼마나 장난이 심하던지 음식먹는 내내 장난을 치더니 우리보고 사진 찍어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빼놓지 않고 고맙다는 인사.
프랑스에 와서 사진 찍어주면 다들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뽑아줄 것도 아닌데 고맙다고들 하니 내가 더 고맙다.
사진 찍을때도 저 안경쓴 아저씨는 원맨쇼중^^




점심 먹고 다시 이동 시작.
이때부터가 슬슬 힘이 들기 시작할 때다.
배도 부르고 한시간 이상 쉬면서 오전의 피로가 노곤하게 밀려온다.
스트래칭 한 번 하고 다시 출발!




드디어 세번째 마을로 입성이다.
오늘은 일정이 물흐르듯 진행되는구나.




마침 헬로윈 시즌이라 사탕 얻으러 다니는 아이들 발견.
사진 찍어주니 역시 메르시 메르시..^^
요런 귀여운 녀석들!
정말 귀엽고 예쁜 유럽 아기들..




이 마을은 다소 버려진 동네의 느낌까지...
공단지대 마을이라 그럴 것이라 생각해 본다.
어디나 주변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프랑스에선 가급적 전혀 모를 상황이 아니면 질문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친절이 과해 아무리 단순한 길이라도 한참을 설명하시니(그렇다고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고;;;) 종종 죄송스럽기 때문이다.
암튼 열심히 설명해 주신 아주머니 메르시!

"이보게 젊은이. 이리저리로 해서 쭉 가다가 직직좌우직직 하면 된다네...
그런데 그 작대기는 용도가 뭔가?"

"네 아주머니.. 이 작대기는 최첨단 지문인식센서를 부착하고 싶은  그냥 작대기랍니다."




공단지역이라 그런지 물이 더럽기가 다른 지역보다 더하다.
솔직히 프랑스 시골동네 다 다녀봐도 깨끗한 물을 본 적이 없다.
아무리 작을 물길이라도 저렇게 정비를 해 놓고 수로를 만들어 놓았으니 물이 맑을리가 있나.
사람 다니기 편하라고 저렇게 해 놓은건가?

솔직히 와이프한테는 "저 지랄맞을 강둑들"이라고 천번정도 말하곤 했다.
강둑과 강 주변 환경을 저렇게 철저히 분리해 놓아서 어쩌자는건지....

강은 그냥 냅둬주세요. 제발!!!!!!

암튼 프랑스 와서 제일 맘에 안드는 점 한가지가 저거.
물론 세느강도 마찬가지!




마을을 벗어난다.
슬슬 몸이 지쳐가기 시작한다.
시간도 어느새 두시를 넘어선다.
이거 오늘도 역시 목표대로 못 가는거 아닌가??




왜 아닐까?




더러운 물에서 낚시하는 아저씨들.




또 다시 공장지대로 진입.
공기가 제대로 안 좋구나...쿨럭!




이 천년은 됐음직한 흉물스러운 건물은..?
갑자기 스타크래프트가 생각난다.^^




사실 이 마을에 도착했을때 이미 세시반이었다.
하지만 용의주도한 남편은 이 마을에 호텔이 하나 있음을 미리 확인해 두었고 여의치 않을 경우 이 마을 호텔에서 묵기로 계획해 놓았으니..
훌륭한 남편이다.
아내에게 의견을 제시하니 훌륭한 생각이라며 몹시 좋아한다.

뭐 도보여행이 극기훈련도 아니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하면 되는거지.
지쳐서 땅바닥에 앉아 있던 아내가 마치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미소를 담뿍 지어 날려준다.
역시 난 아내를 배려할 줄 아는 훌륭한 남편!




그런데 왜 계속 luneville로 이동하고 있을까요?

'빌어먹을 구글같으니라구..'
구글어스로 확인한 마을 초입에 위치해 있는 호텔로 가 본 순간 왠 흉가 하나가 나타나더니 입구에 ...

'문 닫았음. 앞으로도 절대 열 예정 없음. 추신 - 동양인 두 부부에겐 죄송' 이라고 한 2년 전쯤에 썼을 낡은 공지판이 삐딱하게 걸려 있었던거다.  




제발 하루라도 제대로 좀 가자....
아내에게 힘들면 luneville까지 버스로 이동해도 된다고 제안해 본다.




일단 마을 중심까지 가서 호텔이 없으면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하고 마을로 진입한다.
그런데.....




하나 남아 있던 바퀴 고무가 작살나는 비상사태 발생.
결국 그 쪽 바퀴 고무도 제거하기로...
칼과 담배는 모자이크 처리!




이런 상태로 가방을 끌고 가니 잘 구르지도 않을 뿐더러 소리가 엄청나다..
동네 개들이란 개들은 죄다 짖는다.

망할 개녀석들!

안그래도 짜증나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어느새 내가 서 있는 곳은 마을 끝.
버스정류장은 이미 한참전에 지나쳤고 설마 한군데 더 나오겠지 하고 이 곳까지 왔는데 버스정류장이 없다.
뒷통수가 따끔한게 아마 아내가 날 대략 30,000볼트쯤의 파워로 쏘아보고 있을 거였다.
이 곳까지 오느라 남은 체력도 거의 바닥난 상태다.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이 때 정말 진지하게 난감했었다.

마을로 돌아가자니 엄두가 안 나고 호텔은 luneville까지 가야 있을 것 같은 상황이고 시간은 네시가 넘었으며 luneville까지 남은 거리는 12km로서 두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왜 하루라도 쉽게 지나가지 않을까나....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부탁을 해 본다.
사진 오른쪽 끝에 보이는 저 꺾어지는 길까지 가 보면 아마 hudiviller이 보일 것이다.
일단 그 곳까지만 가 보자.
그 곳에 가면 버스정류장이 있을테니 그 곳에서 버스를 타자!

아내는 대충 눈짐작으로 보더니 급우울상태로 돌변한다.
"너무 멀지않나?"

하지만 여기선 도리가 없다.
갈림길이 아니라 지나는 차들도 속도가 빨라 히치하이킹을 할 상황도 아니다. 




그 곳에서 언덕갈림길까지는 실로 엄청난 속도로 올라갔다.




중간쯤 와서 뒤돌아 보니 마을이 조그맣게 보인다.
추운 날씨인데도 등에 땀이 꽉 찬다.




언덕에 오르자 보이는 표지판. 쿨럭
죽어도 1km는 가서 죽어야 한다.
다행이 내리막길이라 날 듯이 내려간다.
사실 발이 내 의지로 걷는 것 같지가 않다.
발바닥 느낌이 거의 없었으며 저녁때 확인해 보니 배낭 허리끈을 맨 부분에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었다.
제발...
언제나 되어야 우린 편하게 갈 수 있을까나...

내 상태가 이 정도니 와이프는 굳이 언급을 못 하겠다.




오늘도 어김없이 날은 또 어두워지고...

마침 마을 초입에 한가족이 단란하게 정원 정리중!

일단 질문 들어간다.
" 안녕하세요. 저희는 절대 거지가 아닌 한국에서 온 매우 정상적인 부부인데요.... 혹시 이 마을에 호텔이 있나요?"

"호텔? 참 젊은이도 참.. 이런 촌구속에 호텔이 있으면 어디에 쓰겠나... 방아간이라면 또 몰라도.. 하지만 luneville에 가면 호텔이 몇개 있을걸세."

이 때 이미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였던 나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염치없은 질문을 드리게 되니...

"아 그래요? 그럼 아저씨 집에서 재워주세요!"



.....



정말로 이렇게 질문을 드렸다.

아저씨는 매우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빈방이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내가 더 미안할 지경...

참 나...
첨보는 아저씨한테 재워달라고 하다니 내가 급하긴 급했구나.




그러시더니 아주머니와 한참 대화를 나누시던 아저씨....
결국 아주머니가 우리를 luneville 까지 태워주시기로..

오늘은 안 나타나나 했던 구세주가 결국 또 이렇게 나타나시는구나..
아저씨 감사합니다.
줄리앙(요 아들녀석 이름)아 고맙다.



귀여운 줄리앙!



결국 아주머니의 멋진 푸조자동차를 타고 luneville로 고고!




차안에서 아주머니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실패...
계속 메르시만 연발한다.




luneville 역앞에서 아주머니와 다정스럽게 한 컷.
감사하다는 절을 천번쯤 드리고 차가 사라질때까지 손을 흔들어 드렸다.
감사합니다.
줄리앙 가족 여러분.

줄리앙네 가족께 사이트가 적혀 있는 여행명함을 드렸으니 줄리앙이 확인해 주면 매우 기쁠것 같다.




그렇게 날 듯이 역전 앞 호텔로 이동하여 짐을 풀고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한뒤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오려 했으나....




망할놈의 구글!!!
구글 정보에서 확인한 숙소가 또 망해서 문을 닫은거였다.

세상에 믿을 구글 없구나!

이 때 아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 당시의 아내의 정신상태를 엿볼 수 있다.




결국 또다시 호텔찾아 삼만리...
대략 30분을 더 비몽사몽 방황한 뒤 동네 분들의 도움을 얻어 호텔로 이동....

이 사진 역시 아내가 찍은 사진으로....

피로한 심신과 피폐한 정신상태... 그리고 남편을 향한 원망이 완벽하게 표현된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바퀴가 부서져버린 캐리어가 제발 아내는 물론 자신도 살려달라며 온동네를 시끄럽게 만들고 오늘도 숙소에 가자마자 기절!

내일은 다르겠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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