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0 유라시아 여행기 005 - 아름답다. Epernay!

|



파리에서 Epernay로!

이미 지친 몸과 마음으로 파리를 떠나 Epernay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두시경으로 파리에서 기차로 한시간 거리의 마을이다.

생각보다 더 작은 느낌의 마을이다.

비도 제법 많이 내린다.
문제 없다. 나는 비를 매우 좋아한다.




새로운 도시에 대한 기대와 살금살금 그 곳을 알아가는 재미는 여행의 큰 즐거움중의 하나이다.
더구나 어떠한 정보도 예비지식도 없이 우연히 도착한 이국의 어느 마을 기차역에 서서 느끼는 작은 흥분은 커다란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비가 내리는 이 도시의 첫 인상은 무척이나 청결하고 상큼하게 느껴졌고 역앞에서 담배 한대를 채 피우기도 전에 이 마을은 멋진 마을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해 주었다.




우리는 이제 값싸면서도 멋진 숙소만 구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였다.
값싸고 멋진 숙소 말이다.

그로부터 대략 한시간쯤을 무겁고 불편한 가방과 내리는 비를 추적추적 맞으며 마을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발견한 호텔 두 군데의 요금이 대략 100유로..
낭패였다.




우리의 금전 계획은 하루 100유로 이내였고 50에서 60유로 정도의 숙소를 구해야만 식사와 기타 교통비등이 해결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여행이 금전적으로 무리가 오기 시작할 시점이었다.




결국 한시간만에 호텔찾기를 포기한 채 역앞으로 돌아와 지친 심신으로 타박(담배, 복권, 가벼운 음료를 파는 프랑스식 선술집)에 들어와 하릴 없이 앉아 있자니 다소 신세가 처량하다.
맥주 한잔과 카페오레 한잔 시켜 놓고 타박 여주인에게 하소연을 해 보지만 시골인 이 곳에서 영어가 통할리 절대 없고....




그 후 며칠 이곳 타박을 방문했는데 알면서도 영어를 하지 않는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주인아주머니가 쪽지에 불어로 무언가를 써 주면서 그 곳에 가보라 하는데 난 그 곳이 아마도 어느 호텔일거라 상상하며 반쯤 포기 상태로 그 곳으로 이동하자니 으리으리한 건물이
나를 반긴다.
달리 할 말이 없다.

난 싼 숙소를 원한다고!




끝내 손짓 발짓 다 해가며....




그냥 포기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 서는데...

오오오.....
그 곳은 여행자들의 천국, 영원한 구세주인 그 마을의 관광정보센터였던 거다.

간만에 들어보는 영어였다.

물론 영어가 그리 유창하지도 않은 나는 다짜고짜 다음과 같은 매우 간단한 질문을 했다.

난 한국에서 온 매우 불쌍한 돈없는 여행자인데 비도 오고 팔던 땅콩은 아직 개시도 못했답니다.
심지어 아내는 변두리 선술집에 잡혀 있고 한시간내로 돌아가지 않으면 가까운 달팽이잡이 어선에 팔려갈 지도 모르지요..흑흑
부디 이 동네에서 가장 싸고 좋은, 게다가 이 곳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로, 주인이 매우 아름다운 미혼인 처자가 운영하는 숙소를 추천해 주세요!!!!!




그녀는 천사였다. 무려 1박에 40유로짜리 숙소를 소개해 주었으며 이 동네가 샴페인으로 유명한 동네로서 최근 3년간 한국인을 본 게 니들이 처음이다 라는 축복과도 같은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 준 것이다.

그로부터 이박삼일간 사흘간 이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 머무르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는데 정말이지 아내와 내 입에서 동시에 나온 말은

파리보다 '백사십만배는 좋다' 였다.




아름답다. Epernay!

밤새 내린 비가 개이면서 너무너무 화창한 Epernay의 아침이 밝았다.




샴페인으로 유명한 마을 Epernay

그럼에도 우린 아직 몰랐다. 가로세로 5Km 내외의 이 작은 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을이었는지를.




배고픈 들개 두마리가 된 우리는 아침밥을 먹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동네를 돌아보며 느낀건데 이 마을은 아마도 주변 작은 마을들을 아우르는 중심지로서 상점과 은행, 커다란 성당, 기차역 및 기타 관공서등이 모여 있는 마을로 경운기를 몰고 오신 김회장님이나 일용엄니는 볼 수 없었지만 읍내가 분명했다. 음!




특히 500m 내외의 중심가에 정말 이렇게 이쁠수도 있을까 싶을 정도의 상점들과 식당들이 밀집해 있었는데 그것만 구경해도 한나절이 모자랄 정도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Epernay는 강을 중심으로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구분되어 있었고 언급한 윗마을은 예쁘고 세련된 상점들로 이루어진 마을이고 아랫마을은 다소 오래된 마을이지만 나름 정감있는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마을이다.




사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너무 아름다운 마을.




오랜된 건물들을 예쁘게 단장했 놓았다.




마을 중심 광장




역 앞 성당.




강에서 안개가 올라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은 육교로 연결되어 있는 단 하나의 길이 있다.

육교 위에서 바라본 특이한 풍경.
이 때만 해도 저 언덕이 뭔지, 아마도 포도밭일까 하는 추측을 할 뿐 우리는 아랫마을을 설렁설렁 돌아다니며 콧바람을 쐬고 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나뉜다.




예쁜 강을 지나 아랫마을 풍경




돌아오는 길에 우리에게 이미 단골이 되어버린 타박에서 카페한잔.

참고로 이 곳 카페오레가격은 1.3유로.
파리에서 먹던 가격과 비교된다!
여행 오면 신나게 수염이나 길러보자 했는데 제법 자랐군요.




오전 마을 둘러보기를 마치고 슈퍼에서 점심거리를 사들고 숙소로...
참고로 커피포트 하나면 거의 모든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
장기 여행자들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필수품이라 할 수 있겠다.
대표 요리 기능을 나열해 보자면 기본적으로 차 끓여 마시기를 비롯해서 감자, 고구마 삶기, 계란 익히기, 스프 끓이기, 3분요리 데워먹기, 파스타 끓여 먹기등 창의력만 있다면 만능
요리기구인 것이다.
거기에 작은 칼 하나와 스픈, 포크 정도면 비싼 유럽 물가에서 견뎌낼 수 있다.




점심을 해결하고 잠시 쉬다가 동네 마실을 다시 나왔는데 오전에 보았던 언덕이 문득 생각난다.




한번 가 볼까?
가까울거 같지 않던데??




쉬엄쉬엄 가보자!

역시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가서 보니 역시 포도밭이 맞다.
샴페인이 유명한 고장이라더니 포도밭 규모도 엄청나구나...




헉헉거리며 정상까지 오르다.
저 끝이 정상이다..헉헉헉




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해 내지 못하는 한심한 실력을 자책해 본다....




아래에서 보았던 작은 집의 정체도 밝혀진다.
반갑게 인사하는 멋진 청년에게 사진 한장 찍어도 되냐고 하니 고맙다고 한다.
고맙긴.. 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메르ㅎ씨~~




정상에 오르니 마을의 모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도 산들 불고 사진으로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담지 못해 아쉬울 따름.

유럽에 온 뒤 처음으로 풍만하게 가슴과 영혼이 뽀송뽀송 살찌는 느낌이다. 좋고도 좋다.




왠지 고흐의 그림에서 본 듯한 풍경??^^
제목은 '언덕 넘어 마을 잔치집 다녀오는 여인'
부제 :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이렇게 또 이국에서의 하루가 아스라히 저물어 간다.






Trackback 0 And Comment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