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0 유라시아 여행기 004 - 파리, 그리고 파리를 떠나며

|

지금은 프랑스의 chalons en champagne라는 도시에 와 있습니다.

중간에 사흘간 머물렀던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운 작은 도시 Epernay의 숙소에서는 안타깝지만 인터넷이 되지 않아 여행기가 며칠 밀렸습니다.

참고로 chalons en champagne라는 도시도 역시 무척 매력적인 도시군요..

오늘은 이 곳 chalons en champagne에 가을비가 많이 내리는군요.
하루 편히 쉬는 맘으로 밀린 여행기 올리겠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몸이 나아지지 않았다.


원래 건강한 체질이었는데 아마도 물갈이와 나름 예민한 성격에 잠자리까지 바뀌니 적응이 쉽지 않은 때문이 듯.

파리에 있는 닷새동안 콧물은 쉴새 없이 흘러내렸고 덕분에 코와 입주위가 빨갛게 부르터 실로 흉한 몰골이 되어 있었다.

닷새동안 한 것이라고는 주변 산책하기, 숙소와 가까이에 있는 퐁피두 다녀오기(여긴 거의 매일 산책을 나갔다. 내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시청과 노틀담성당. 거기에 예의상 꼭 가줘야 할 에펠탑과 오르세 미술관을 다녀온 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런 형태의 여행을 더 선호하는 것이 사실인데 문제는 아내의 상태였다.

아픈 와중이었으나 파리는 여전히 아름다왔고 흐르는 콧물 때문에 온전한 정신으로 파리를 즐기지 못하는 아내는 내내 서운함과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 나름대로 파리의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퐁피두센터 (저 아저씨는 아직도 이 곳에서 같은 내용으로 공연하고 있군요)




내가 사랑하는 퐁피두센터




10월.

어쩌면 아픈 아내덕에 오히려 청량하면서 차가운 파리의 가을을 우리 두 부부는 마음껏 여유있게 즐기고 있었다.




수준 높은 거리공연을 찾아 다니며 즐겼고…




햇살이 아름다운 날이면 시청에 가서 지나는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는 진돗……

응?? 진돗개님이 파리까진 어인일로??

내 판단으론 진도개 맞는거 같은… 아니면 말구요^^




오래 된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도





강쪽으로만 나가면 어김없이 세느강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여름과는 천지차이인 파리의 아름다운 가을.




길을 걷는 자에게만 운좋게 주어지는 거리 전시회는 모두 공짜!




하지만 결국 닷새째 되는 날 저녁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 닷새동안 나는 밤마다 숙소 젊은 친구들과 맥주를 마셔댔고 아내 역시 몸이 좋지 않았지만 처음 도미토리 숙소에 와본 터라 술자리에 끼는 것을 즐겼다. 물론 아내는 맥주를 마실 수 없었다.
결국 내 몸상태도 망가지기 시작했고 결국엔 나조차 몸살약을 먹어야 할 상황이 도래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세월이 흐른 것은 고려치 않고 예의 젊은날의 여행방식을 고집한 데 있었다.

사실 도미토리의 침대는 꺼질대로 꺼져서 형편없었을 뿐만 아니라 한명만 코를 골아도 밤새 잠을 설쳐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사실을 젊었을때 여행할 땐 왜 몰랐을까?




태양열 가로등



결정적으로 결국 우리방엔 매일같이 심하게 코를 고는 친구가 한명 있었다.
미혼인 그는 37세로 두달간 휴가를 얻어 유럽여행을 온 멋진 친구였는데 술도 잘 마시고 나와 말도 잘통하는데다 예의도 몹시 바른 친구였다..코를 고는 것을 빼면!
그 친구는 영국에서 지갑을 털렸으며 나와 함께 보낸지 이틀째 되는날 루브르 박물관에서 휴대폰을 분실하여 "불행을 몰고 다니는 청년(?)"으로 불리는 친구였는데 결국 마지각 날까지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으니 사연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숙소에 머무른지 사흘짼가 되는날 새로운 여자분이 한분 오셨는데 성격도 밝고 예의도 바른 아가씨여서 둘이 함께 파리관광을 나서게 되었다..
이런 일은 도미토리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친분을 유지하며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어쨌든 저녁때 평소처럼 아내와 나만 숙소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둘은 평소보다 한두시간 일찍 귀가를 하였다.
이유인 즉 함께 나간 아가씨가 샹제리제 햄버거집에서 가방을 통째로 분실했다는 거였다.
가방엔 꽤 많은 유로화와 카드, 여권, 휴대폰, 카메라등 그녀의 모든 귀중품이 들어 있었다.

아가씨는 매우 당황한 상태였고 그 예의바른 청년은 자신의 불행이 아가씨에게 옮아 갔다며 불필요한 자학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둘다 귀국을 각각 하루와 이틀 남겨놓은 상태였다
아가씨는 말그대로 빈털터리가 되었고 우리부부와 그 불행한 청년 셋이서 십시일반하여 약간의 여비를 마련해 주었다.




오랜 감기에 얼굴이 팅팅 붓고 노래진 아내



어쨌든 그 모든 일들과 아내와 나의 몸상태, 그리고 아무래도 파리에 계속 있다간 이도저도 안될 것 같은 마음에 우리는 결국 일단 파리를 벗어나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막상 파리를 벗어나 가장 가까운 도시로 이동하여 다음 여행의 방향을 새로이 잡아보기로 결정하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나역시 심하지는 않지만 매일 조금씩 무리를 한 덕에 전에 심하게 다쳤던 오른쪽 허리에서 발끝까지가 거의 무너져 내리는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어느새 아내와 나는 지도를 펼쳤고 스트라스부르로 향하는 방향에서 파리에서 가장 가까운 Epernay라는 작은 도시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

기차로는 대략 한시간 가량 거리였다.





이미 우리의 도보 여행의 방향은 데니스의 전시회 소식을 접한 순간부터 약간씩 어긋나기 시작했으나 그러한 모든 돌발상황들은 그때그때 유연하게 대처해 나기기로 하고 결국 우리는 퐁피두센타 가방가게에서 바퀴가 달린 저렴한 가방을 하나 구입 해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을 만든 뒤 다음날 아침 파리 동역에서 Epernay행 기차에 미련 없이 올라탔다.





Epernay가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파리보다는 조용한 도시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서 말이다.

그 곳에서 아마도 그간의 시행 착오를 거울삼아 새로운 여행을 다시 시작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무리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아직 우리의 여행은 애초의 계획대로라면 5개월하고도 24일이나 남아 있으니 말이다.





가자. Epernay로!



Trackback 0 And Comment 5
prev | 1 | ··· | 31 | 32 | 33 | 34 | 35 | 36 | 37 | 38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