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0 유라시아여행기 012 - offenburg에서 ach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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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은 정말 대단했다고 말할 수 밖엔...
비오고 아내는 결국 다리 절단(?)나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엄니 아부지. 걱정 마세유!


오늘 일정을 어떻게 말과 사진으로 다 전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네요...쿨럭쿨럭

하지만 시작합니다.


2009. 11. 04 하루종일 비, 구름, 햇살 반짝, 비, 구름, 반짝, .....

offenburg - appenweier (9Km) - renchen (6Km) - achern (7Km) 총 22Km...

네.. 압니다.
지금까지의 일정을 돌아볼 때 무리한 일정이죠.
게다가 전날 아내가 다리를 다친 상태에선 말도 안되는 일정이구요..


offenburg의 멋진 호텔에서 1박을 하고 상쾌하게 일어나 아내에게 먼저 다리의 상태를 묻습니다.

"오늘 어쯔케... 걸을 수 있을까나??"
"어.. 싹 나은 것 같은데?"

분명 아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서 전 아내의 발 상태가 그리 심각할 거라곤 생각치 못했죠.
물론 어제 일정처럼 아내의 상태가 나쁘다고 판단되면 버스로 이동하려는 마음을 미리 먹고 출발합니다.
무엇보다 몸이 최우선이니까요.


오늘은 날씨가 어떨지 궁금합니다.
걱정도 되구요.
하루를 잘 쉬게 해준 offenburg의 멋진 호텔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아침 든든히 먹은 뒤 다시 길위로 나옵니다. 




오....
오래된 낡은 벤츠.
사실 제 로망이죠.
제가 차에 관심이 좀 많습니다.
물론 모든 남자의 공통 관심사겠지만..
어쨌든 전 조금 오래된 각진 차들을 좋아합니다.
아마 언젠가는 오래된 낡고 각진 벤츠를 몰고 시골길을 달려 보리라 꿈을 꿈니다.




offenburg는 매우 예쁜 도시입니다.
곳곳에 귀여운 조형물들도 많고 광장을 중심으로 예쁜 골목들이 사방으로 나 있는 아기자기한 도시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번 와 보시길.




자. 드디어 길 위로 나섭니다.
언제나 그렇듯 아침 발걸음은 활기찹니다.
오늘 일정은 다소 무리가 있는 일정이지만 가다가 힘이 들면 버스를 탈 생각을 미리 하고 편안하게 출발합니다.




표지판을 꼼꼼히 보아야 길을 잃지 않습니다.




독일의 도로는 중간에 차도와 보행자 및 자전거 전용도로가 종종 분리되지만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언젠가는 다시 차도와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짜잔!! 하고 말이죠.
암튼 독일 자전거 도로는 정말 최고군요.




기찻길을 만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그냥 따라가다 보면.....




음... 그러니까.... 계속 따라가다 보면...

결국 조금씩 불안해집니다.
네 이해합니다.
타국에서 길을, 그것도 도로도 아니고 이런 외딴 시골길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다소 낭패가 아닐 수 없죠.




하지만!
언젠가는 도로와 만나게 됩니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가 되어 있는거죠?
암튼 십년감수합니다.




다시 시골길을 만나도 이제는 당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제법 굵은 비가 내리내요.
으...
이런 외딴길엔 비를 비할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제발...
조금만 있다가 내려주면 안되겠니??




신세가 처량해 보여도 비오는 날 다리밑이 어딥니까?
비만 피할 수 있다면 너무너무 감사감사한 일이죠.
비가 제법 오래 내리는군요.
사실 바람도 제법 불어서 표정은 멀쩡한 척 해도 몹시 춥습니다.

걸을땐 모르는데 쉴땐 몸이 식어서 금방 체온이 내려갑니다.
암튼 겨울철 도보여행은 걸어도 걱정 쉬어도 걱정이네요.




그래도 가끔 이렇게 아내를 재미있게 해주면서 걷는지라...
음..
느끼하지요?
암튼 이런거라도 없으면 어찌 도보여행이 가능할까요?
느끼하더라도 참아 주시길...





비가 조금 사그라들고 다시 걷기를 시작합니다.
이 와중에 아내는 네잎클로버를 발견, 사진을 찍고 있네요.
아직까지는 힘이 남아 도는거죠!




오전에 힘이 있을 때 열심히 걸어 두어야 오후가 편합니다.
사실 사진도 오전에 찍은 사진이 더 많은 이유가 오후가 되면 사진 찍을 힘도 없고 의욕도 현저히 떨어집니다.




드디어 첫번째 목적지.
우리가 점심을 먹을 동네 appenweier에 도착합니다.
역시 오전 일정은 힘도 남아 돌고 의욕도 충만한지라 수월하게 이루어집니다.
대략 10km정도 거리를 걸어 열두시에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거의 도보여행 후 처음 있는 "때맞춰 점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중간 마을 도착 기념 동영상입니다.
역시 느끼하지요?




음..
마을 입구에 있는 이 동물의 정체는 뭘까요?
코끼리인것 같긴 한데 뭐랄까 뭔가 영 이상합니다.




비는 계속 부슬부슬 내립니다.
걸을땐 큰 비만 피할 뿐 작은 비는 무시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지만 어쩔 수 없죠.




현재 시간과 기온을 표시하고 있군요.
오늘 오전은 완벽합니다.




생각보다 작은 마을이군요.
하지만 맛나는 식당이 있을테지요.




식당 선택은 항상 전날의 실수를 비추어 선택됩니다.
오늘은 그냥 마을 입구에 처음 보이는 식당으로 바로 입장합니다.
그리스 식당이군요.




맥주는 언제나 힘든 도보 여행자에게 내리는 달콤한 보상.
오늘 점심으로는 그리스식 셀러드와 뜨거운 옹기 스파게티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나온 셀러드....
이것들이...
정말 채소 몇쪼가리 놓고 셀러드라고 나옵니다.
사진으로 커 보여서 그렇지 둘이 먹으면 한젓가락씩도 안 될 양입니다.
"망할 놈들이... 그러니까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뜨네기인 우리밖에 없지!"
"그러게... 요건 좀 심하다. 그치?"

욕을 실컷 하고 아껴서 셀러드를 먹습니다.
스파게티는 또 얼마나 적게 나올까...걱정하며.
걷는 사람들이 먹기라도 양껏 먹어야 하는데...

게다가 스파게티는 나올 생각도 안하는군요..망할!

결국 20분 정도 더 기다리니 음식이 나오는데...


오해였군요...




그 셀러드는 스파게티에 딸려 나오는 셀러드였네요..
양이 엄청납니다.
맛도 아주 최곱니다...

우리 부부 금방 말을 바꿉니다
"이렇게 좋은 식당에 왜 손님들이 없지?"




정말 배터지게 먹고 밖으로 나오니 역시...
오후가 되니 노곤해지고 기온은 또 급강하합니다.
매우 춥고 노곤합니다.

사실 걷다가 호텔만 보이면 그냥 들어가 쉬고 싶은 생각이 항상 간절합니다.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가야지요.
아내에게 다리 상태를 물어보니 그럭저럭 괜찮다고 합니다.
밥을 먹어 무거워진 다리를 다시 움직여 봅니다.




목적지까지 13km 남았네요.
비만 안 와도 세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군요.




온통 쌓인 낙엽을 밟으며 동네를 벗어납니다.




할아버지와 손자와 강아지 한마리가 응원의 미소를 날려주십니다.
당케!





"아마 우리 목적지는 저 끝에 보이는 산정도가 될거야."
농담처럼 아내에게 긴 숲 뒤로 콩알만큼 보이는 작은 산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설마...^^"

설마가 언제 배신한 적이 있었나요?
가보니 그 곳이 목적지가 맞더군요..;;;
13km가 그렇게 먼 거리일줄은...




날씨가 또 요상해지네요...




걸을땐 이렇게 쭉 뻗은 길보다 굽은 길이 더 좋습니다.
굽은 길은 다음에 뭐가 나올까 하는 기대가 있지만 뻗은 길은 그냥 무작정 걸어야 하거든요;;




지나는 모든 이들이 인사를 건내거나 미소를 날려줍니다.
본받아야 할 점입니다.
한국에서 누군가를 보고 씩 웃는다면?.....음....




결국 염려했던 비가 또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가 오면 몸이 두배로 무거워집니다.
아내가 급속도로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하네요.
으...
비가 오면 땅도 젖기 때문에 길위에 앉아서 쉴 수도 없습니다.
어쨌든 걸어야 합니다.
체온까지 내려가면 끝장납니다.




그렇게 아내를 독려하며 한시간여를 더 걸어 다음 마을에 도착합니다.
오늘따라 비가 와서 그런지 날이 너무 춥네요...으...추워..




마을 입구에 커다란 슈퍼가 있네요.
가릴 것 없이 처마 밑으로 피합니다.
오늘따라 비가 꽤 내립니다.
날은 이렇게 추운데...




따뜻한 음료수라도 먹이고 싶은데 이럴땐 정말 한국 편의점이 그립군요.
결국 차가운 콜라로 목만 축이고 목도리등 모든 장비를 이용해 몸을 가리기로 합니다.
보기만 해도 추워 보이네요.




저도 이젠 많이 지칩니다.
아내에게 발 상태를 물어보니 별로 좋지 않다고 합니다.
대략 목적지는 7km정도 남은 상황이고 걸어서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아내에게 의사를 물어보니 조금만 더 걸어보자고 합니다.
만약 힘이 들면 아무때고 말하라 하고 다시 걷기를 시작합니다.




으.. 비야 제발 그만 내려라..
조금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타 다시 걷습니다.




조용한 마을이군요.




하지만 개천도 아름답고...




독일답게 너무나 청결한 동네군요.




게다가 마을 중간에서 피아트 300 오리지날 발견!
와... 정말 말도 못하게 귀여운 차로군요..
실내는 또 얼마나 청결히 정돈되어 있는지 그냥 들고 오고 싶었지만....

암튼 피로가 쌓여 눈이 부었군요..쩝




마을 끝에 이런 조각도 있구요..
악마가 뭐라고 속삭이는지 살짝 엿들어 봅니다.
독일말이네요 제길...




마을 벗어나니 아름다운 유채꽃밭이 펼쳐집니다.




일단 마을을 벗어나면 무조건 다음 마을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버스도 없고 큰 길에서 히치하이킹을 하기엔 너무 위헙합니다.




터벅터벅 걷는데 아내가 자꾸 뒤쳐집니다.
돌아보니 다리를 조금씩 절고 있습니다.
"괜찮아? 차 잡을까??"
일단 조금 더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 걷기를 그만 두었어야 했는데 결국 저녁때 아내 다리가 망가지는 사태가....흑




뭐 걷는 수 밖엔 없습니다.
어서 목적지 achern에 도착해서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아내에게 배낭을 달라고 했지만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합니다.




상황이 별로 좋지 않군요..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멀리서 말두마리를 끌고오는 여성 두 분과 개 한마리가 보입니다.

"내가 두 여자를 맡을테니 당신은 개 한마리만 처리해 줘"
"저 말 두마리면 아마 아테네까지라도 갈 수 있을거야!!"
"잘 할 수 있지?"




라고 아내에게 농담을 걸어 보지만 발이 몹시 아픈지 대꾸도 없이 피식 웃습니다.
비가 오니 더 지랄맞은 날이네요....




마을에 다다르니 조금씩 오던 비가 갑자기 큰 비로 변합니다.




염치불구하고 아무집이나 처마밑으로 일단 피합니다.




피하고 보니 오...
아마도 아까 그 말을 몰고 가시던 분들의 집인듯...
말을 메어 놓는 공간이 있고 예쁜 고양이 한 마리가 집을 지키고 있네요...




비가 조금 잦아들자 집과 고양이에게 감사인사를 남기고 또 다시 이동합니다.




와이프는 절뚝거려도 독일의 청결함과 아름다움에는 변함이 없네요




대략 목적지가 4km정도 남은 걸로 추측됩니다.
아내에게 상태를 계속 물어봅니다.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내나 저나 왜 그렇게 무식한지...쩝..
힘들면 가방 달라고 해도 말없이 그냥 걷습니다.




와! 무지개다.. 그것도 쌍무지개야!

아내 일그러진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봅니다.
많이 힘이 드나 봅니다.
절뚝거림이 더 심해졌습니다.
이 때만해도 근육통이겠거니 했습니다.
제가 처음에 그랬었거든요...;;




비가 그치니 날씨가 좋아집니다.
지금 봐도 아내의 뒷모습이 짠하네요...
하지만 일정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더 더 더 가야 하지요..




비는 꽤 많이 내렸습니다.
거의 하루 종일 보슬비가 내렸고 때때로 큰 비가 내렸지요..




또 다시 작은 마을 하나를 만납니다.




아내는 기절한 건가요..
거의 표정에서 의식이 없어보이네요...
우체국 앞에 염치 불구하고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누가 와도 비켜 줄 힘도 없습니다.

제가 정색을 하고 물어봅니다.
"이게 목적지 전 마지막 마을이고 여기서 버스를 타지 않으면 목적지까지 걸어가야 해!
버스탈까?"
"목적지까지 얼마 남았는데??
"3km쯤?? 아마 40분쯤 걸릴거야"

걷자고 합니다.
전 버스를 타자고 여러번 말했습니다.
하지만 걷자고 합니다.

정말 정말 무겁게 안 움직여 지는 몸을 다시 일으킵니다.
이제 마지막 40분..




해는 이미 넘어가고 있군요...




목적지입니다.
아시죠...
그 중간에 사진찍을 힘도 없었네요...
그냥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아내는 절뚝거리며 따라 오고 저는 미안한 마음에 뒤도 못 돌아보고.....
그 40분 동안 내가 도대체 뭔 짓을 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백만번도 더 들더군요...
차로 가면 한시간 거리를 무엇 때문에 하루를 소모해 가면 걷고 있는건지...라는 생각과 함께.




처음으로 목표까지 도움없이 도착합니다.
기념사진도 처음 찍어봅니다....
제길... 얼굴이 말이 아니네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죠...
공포의 호텔찾아 삼만리..




앞으로 한시간은 더 해메야 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는 이 곳에서 이번 도보여행 최고의 추억!
한스 아저씨와 엥겔리나 아줌마를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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